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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퇴거 유예'에 뿔난 임대인들 "월세 못 받는 집주인도 죽을 맛"

이민서
2021.02.10 11:42 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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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끼고 집 샀는데…1년 가까이 월세 못 받아"
집주인들 "정부 지원도 전무, 내 돈으로 메워야"
"퇴거 유예 연장해야"vs"임대인 대책부터 내라"


미국에서 임대 수입으로 생활하는 집주인의 경제적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실업 등으로 집세가 밀린 임차인의 납부 기한을 내년 1월말까지 유예해 준 가운데, 장기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끼고 집을 구입해 신용 위기에 처한 임대인이 늘었다는 것이다.

17일(이하 현지시각) CNN비즈니스는 코로나 장기화로 실업률과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집세를 받지 못한 집주인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당국이 사회적 고통 분담 및 바이러스 확산 방지 차원에서 퇴거 금지 조치를 시행하면서, 임대인이 대출 상환과 주택 유지를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스스로 돈을 조달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9월 4일자 행정명령을 통해 공중보건법에 근거해 세입자 강제퇴거를 내년 1월까지 한시적으로 금지했다. 코로나 감염세가 급속도로 빨라지는 상황에서 대규모 인원에 대한 퇴거를 강행하면 감염병이 통제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미 진보성향 싱크탱크인 예산·정책우선순위센터(CBPP)가 작성한 인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미국에서 코로나 대유행이 본격화된 이후 현재까지 일자리를 잃고 임대료를 연체한 임차인은 약 920만명으로 집계됐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실직자가 있는 세입 가구가 올해 연말까지 평균 5400달러의 임대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밝혔다.

CNN비즈니스는 이와 관련해 세계적인 투자은행이자 컨설팅 전문업체인 스타우트 자료를 인용해 CDC 명령이 만료되는 내년 한달 간 전국적으로 500만명에 달하는 임차인이 즉각 주거지에서 퇴출을 당하고 거리로 나앉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올해 연말까지 미국 세입자들이 밀린 렌트비가 700억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집주인·건물관리업체·금융권 연쇄 피해 우려"

건물 관리 업계도 연쇄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코네티컷주 건물관리업체 피라미드 대표인 피터 그레이는 "임대료를 징수하지 못한 집주인들이 주택 유지·보수 비용도 지불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우리 업체는 집주인들이 돈을 못 주는 마지막 단계 중 하나다. 우리 역시 하청업체에 돈을 못 주게 되면서 피해 범위가 넓어진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하워드 전국임대주택위원회 대표는 이날 CNN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정부의 퇴거 유예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며 "임차인이 언제 직장에 복귀할 수 있을지, 집세를 언제 낼지도 확실치 않다"고 했다. 그는 임대인의 경제적 어려움이 주택 압류 사태를 초래하고, 담보가치 하락에 따른 피해가 금융권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입자를 대상으로 집세 납부를 요구하는 소송도 계속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행정명령은 세입자의 납부를 유예한 것일 뿐 면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를 이유로 민사소송 취하를 요구할 근거도 없다. WSJ은 퇴거 금지 조치를 내린 당국이 이와 관련해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이번 사태가 내년 초 부동산 위기를 초래하는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코로나 상황이 9월보다 한층 악화된 것을 고려할 때 해당 조치를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는 여야 정치권의 대립이 첨예한 사안이어서 기간 연장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슬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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