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아니다,별로아니다,가끔그렇다,항상그렇다 (Never Rarely Sometimes Always, 2019)
본문
별 ★★★☆
일반적인 관객의 관점에서 본다면 상당히 지루한 영화입니다.
펜실베니아 외곽에 사는 17살의 고등학생 어텀은 의도치않은 임신을 하게됩니다. 임신 중절수술을 위해 사촌 스카일라와 함께 뉴욕의 병원으로 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낙태사실을 숨기고 싶어하는 마음과 낯설고 복잡한 도시 뉴욕에서 방황하는 모습들이 어우러지며 영화의 주제를 말한다고 생각합니다.
주제의식을 조금 뒷전에 두고 영화 초반부에 짜증났던 점이 컸습니다. 주인공은 마트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는데 여성 계산원에게 집적대는 남자 손님, 직원을 성희롱하는 마트 매니저, 남성우월적 성향의 아빠, 주인공을 임신시킨 책임감없는 남자친구, 지하철에서 성희롱 하는 남자들이 등장합니다. 그저 여성을 조롱하고 성적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남성 캐릭터들만 등장합니다. 주인공이 여성으로서 겪는 갈등을 심화시키기위해 남성을 반동인물로 삼는것은 맞으나, 이 영화에서 남성캐릭터를 다루는 태도는 그것이 아닙니다. 남성은 오로지 여성을 억압하는 인물들로 규정하고 의도적으로 악으로 설정하였습니다.
여성서사 영화들, 여성감독의 스타일중 짜증나는 것중 하나가 서사가 옹졸하기 짝이없고 남성을 도구로만 이용한다는 겁니다. 어쩌면 공감능력이 뛰어난게 여성이라는 말도 헛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여성은 남성서사를 잘 그리지않아요. 그저 자기연민의 도피처로 여성이라는 울타리를 보기좋게 이용하는것 뿐.
아무튼 그럼에도 주제의식이나 연출방식을 놓고봤을때 이 영화에 보이는 좋은점들이 꽤나 매력적이었습니다. 거의 가출한 상태로 뉴욕으로 향하게 되는데 돈이 부족하기에 제대로 숙소를 구하지못해 도시를 방황합니다. 주인공 어텀은 말수가 없는 인물인데 갈등의 장본인인데도 표현이 잘 없어 속내를 알수가 없습니다. 그런 답답한 인물에게 어쨌든 연민을 느끼고 친구인 스카일라는 동행해줍니다.
답답하고 지루함 자체가 영화의 의도일까 생각해보았고, 말없던 어텀이 낙태를 위해 산부인과 의사와 상담하면서 드러나는 상처들은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합니다. 힘든 속내를 숨기며 도시를 방황하는 인물들의 정서가 인상적이면서도 홀로 꿋꿋이 고독을 감내하는 모습에서 특별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같이 동행한 친구와 조차 감정적 균열이 발생하기도 하고, 타지에서 낙태를 앞두고 생고생을 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조금씩 드러나는 깊은 감정들이 있습니다.
인간이 겪는 갈등은 누군가와 함께할때 힘이 되는것은 당연하지만, 가장 깊은곳의 불안을 맞서기 위해서 우리는 결국 홀로 그 짐을 져야 한다고 영화는 말하는듯 합니다. 속내를 알수없는 캐릭터 어텀과, 답답한 뉴욕에서의 여정속에서 그러한 주제의식이 느껴졌기에 '괜찮은 영화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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